▲ 홍현표 박사 사진(사단법인 한아세안포럼 제공) ©발행인 |
‘이민 정책’- 거대 담론이 시급하다
홍현표 박사
(KAFA 한아세안투자연구소장)
국제 이민의 흐름과 특징
‘이민자(migrants)’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어떤 목적이든 국경을 넘어서 이주를 목적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따라서 ‘이민정책(migration policy)’이라 하면 일정한 정책적 목적을 위해 이와같은 국제적 인구 이동의 흐름을 통제하는 국가차원의 모든 수단들을 말한다. 국제이민기구(IOM)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적 이민자 수는 1970년 세계 총인구의 2.3%인 8,446만 명에서 2000년 1억 7,323만명(2.8%), 그리고 2020년 2억 8,059만 명(3.6%)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그 중 노동이민자(labor migrants)’는총이민자의 60%인 1억 6,900만 명(2019년)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지역적 분쟁으로 인한 난민(refugees)이 2,640만 명, 망명신청자(asylum seeker) 410만 명 등의 이주자 흐름도 향후 이민정책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유형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적 이주민들의 흐름 속에는 역사적으로 몇 가지 특징적인 ‘회랑(corridors)’을 형성해왔다는 점도 이민정책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예컨데 멕시코(및 필리핀)에서 미국으로의 이주 ‘회랑’이 가장 대표적이다. 다음으로는 시리아에서 터키로, 인도에서 아랍에미레이트로, 폴란드와 터키 등에서 독일로, 그리고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이주하는 ‘회랑’ 등이 그 예이다. 그밖에도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혹은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이주하는 ‘회랑’도 형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이와 같은 ‘국제적인 대표적 회랑’을 타고 경제적 이민자, 난민 및 망명신청자 등이 국경을 넘어 들어가는 도착지 국가들은 대부분 합계출산율이나 생산가능 인구 등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사회적 통합비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어떤 유형의 이민자 ‘회랑’이 과연 어떻게 얼마나 형성될 것인가, 혹은 정말로 필요한 것이가 하는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이민 이슈에 대한 인식과 접근 현황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이와같은 ‘이민 정책’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와 공식・비공식적인 제안 및 칼럼, 그리고 학술적 토론과 연구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보가 봇물 터지듯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는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률 0.78명’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를 보고 사회 각계 각층의 여기저기서 “이래선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이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중심으로 ‘이민 확대’ 및 ‘이민청 신설’ 등을 포함하는 ‘출입국 및 이민관리 체계 개선 추진단’ 등을 발족시켰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이민관련 정책 아젠다를 확보해 나가려고 단계적으로 준비해나가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이민 이슈와 그 대응 방향 등을 놓고 기본적 원칙이나 큰 방향 등에 대한 어떤 합의나 개념적 정의 마저도 거의 없는 불모지 상태에 놓여있다. 예컨대, 2020년 5,170만 명을 정점으로 저출산・고령화 여파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전체인구 내지는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누가보더라도 심각하고 중차대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사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예컨대 감소하는 우리나라 인구를 대체해야 하는 폭을 과연 어디까지 해야할지, 어떤 방법으로 해야할지 등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소 의견이 달라서 객관적 기준을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다이내믹하게 전개될 미래 세계에서 우리나라 적정 인구가 꼭 현재의 정점인 5,100~5,200만 명이라야 하는 근거는 사실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책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법무부가 시행하고 있는 현재의 이민정책은 엄밀한 의미에서 일정기간(90일등) 이상의 외국인 체류자를 대상으로 출입국 관리 개선 혹은 사증의 유형별 체류조건 개선 등을 통해 외국인의 국가간 인구이동의 관리 방법을 조절하는 정책과 제도에 머무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고용허가제’도 같은 범주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국적을 취득한 ‘귀화한 한국인’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통합 정책은 그 방향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여성가족부에서 말하는 ‘다문화 가족정책’은 이미 한국 국적으로 귀화한 사람, 장단기 체류자 등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의 사회통합적 정책에 포인트를 두고 있지만 아직 초보적 단계이다.
이민 이슈의 거대 담론을 위한 몇 가지 제안
이에 필자는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우리나라 이민 관련 인식과 이슈들을 향후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거대 담론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부족하나마 몇 가지 관점의 아젠다로 압축하여 제시해 보았다.
첫째로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인구 감소’라는 ‘위기’의 대체 개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향후 ‘이민정책’의 정책적 대상 집단을 어디까지 설정해야하는지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대표적인 이민정책 추진국가인 독일의 인구는 2022년 기준 8,440만 명이다. 그리고 연간 출생아는 73만 8천 명으로 합계출산율은 1.46명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같은 해 독일내 외국인 국적자(foreign population) 수는 총인구의 15.8%인 1,340만 명이며, 같은 해에 독일 국적을 취득한 이주민 수는 체류 외국인중 1.2%인 168,500명이었다.
그러나 독일에서 이주 배경(migrant background)을 가지고 있는 외국계 인구는 총인구의 28%인 2,38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다시말해 앞서 제시된 합계출산률에는 독일 국민 100명 중 28명의 외국계 국민들의 출산율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이민정책이란 결국 매년의 단순한 순유입 인구(flow) 뿐만 아니라, 국적인으로 귀화하는 저량(stock) 개념까지 포함하여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2019~2020년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로 돌아서고 있는 결정적 근거가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저출산’ 현상으로 광범위하게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과연 이 숫자는 우리 대한민국이 정책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내생변수’인지, 아니면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 혹은 ‘패러미터’인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1970년 4.41명였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고도 성장기간을 거치면서 1980년 2.72명, 2000년 1.60명등으로 급격하게 낮아졌으며, 급기야 2018년부터 1.0명 아래로 떨어져 2022년 현재 0.78명으로 크게 낮아졌다.
사실 독일에서 2000년 대 기간의 외국인체류자 비율은 총인구 대비 8.0%~9.9% 구간에서 정체되었으나, 2010년 대 기간에는 11%에서 14.1%로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재로 2012~2015년 기간부터 취업목적의 단기거주자 수도 2010년 대 이전에는 연간 10만 명 수준 이내였던 것이 2010년 대 이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여 2022에는 연간 35만 명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독일의 합계출산율도 2000년 대 기간에는 1.3명 수준에 머물다가 2010년 대 기간에는 1.4~1.5명 구간으로 높아졌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독일의 합계출산율도 1980년 1.5명 이후 매 10년 마다 0.1명씩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독일도 2000년 이전까지 합계출산율은 해당 정책 시스템이 통제할 수 없었던 외생변수 혹은 패러미터로 봐야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자체적인 광범위한 저출산율 대책이 거의 무색하였다. 이처럼 내생적 혹은 외생적 변수이냐 여부에 따라, 이민정책을 위해 동원해야할 정책 변수들의 조합은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 최근 기후변화등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상황에 대비하여 사회경제 시스템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적정 인구 규모’라고 하면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수준을 설정해야 하느냐는 점이 매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거대한 환경적・생태적・글로벌 경제적 요소들을 고려하여 우리나라의 적정인구 규모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적정 인구 규모는 2019년 5,010만 명에서 이후 계속 감소하여 2050년~2100년 기간에는 4,400만 명, 2125년에는 4,350만 명이 적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재의 추계인구는 합계출산율 저하와 노령화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감소하여 2050년 이후에는 적정인구보다 작아 약 500~600만 명의 격차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물론 이 같은 적정인구의 추산을 위해서는 최근의 전세계적 AI 열풍과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확산되고 있는 기술적, 사회경제적 변화까지도 분석에 고려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넷째, 정작 ‘이민정책’이 앞으로 제대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실재로 국제적 이민자 흐름을 생성시키기 위해서는 출발지(origin)와 도착지(destination) 두 지역간의 인구이동의 ‘회랑’을 안정적・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출발 배후지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까지는 중국인 또는 조선족, 필리핀등 동남아인, 중앙아시아 고려인 등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외동포의 재흡수 방안은 비용과 정책적 용이성에서 매력적이지만, 그 규모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거대한 인구가 밀집해있는 ‘아세안’이라는 출발지역(origin)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가깝고 안정적으로 이민자 ‘회랑’을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배후지라 할 수 있다. 아세안이 경제・외교적 동지일 뿐 아니라, 현실적인 이민집단의 최적 배후지라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달리 만일 북한 지역이 어느 미래시점에 한국 사회경제 시스템에 포함될 경우, 한국의 시스템은 인구 및 노동구조 측면에서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임은 분명하다. 예컨대 통일 이전에 서독 인구의 26% 수준에 불과한 동독 인구는 통일 이전까지 합계출산율이 1.0 이하로 이미 떨어져 있었고 인구가 정체되어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1990년 통일독일로 인구가 합산되면서 전체인구는 8천 만(1990년)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합계출산율은 통일 직후 오히려 일시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이민자수 증가로 다시 인구 규모 및 합계출산율도 증가세로 돌아섰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민정책, 사회적 비용편익 고려하여 추진해야
향후 다이내믹한 한국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서 필자가 조심스럽게 제기한 몇 가지 사항들을 중심으로 이민정책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거대 담론의 장’이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할 것이다. 그리고 난 연후에 이들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사회적 비용과 편익 효과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와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실재로 이민관련 정책의 추진시 그 사회적 비용이란 사실은 적정인구 대비 실재 추계인구 간의 갭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기회비용)의 다른 말과 같다. 그 갭을 출산율 증대, 노령인구의 생산연령 편입 확대, 혹은 기타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여 메꿀 수 있다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구가 증가하면 노동력 보충이라는 공급적 차원의 편익과 함께, 이민자 증대로 다양한 형태의 내수소비 시장이 확대되는 수요 차원의 경제성장 유인 효과 등도 나타날 수도 있다.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이민정책의 온전한 방향 설정을 위해서는 이제 다양하고 본격적인 토론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출처: 디아거스타임스 원본보기
▲ 홍현표 박사 사진(사단법인 한아세안포럼 제공) ©발행인
‘이민 정책’- 거대 담론이 시급하다
홍현표 박사
(KAFA 한아세안투자연구소장)
국제 이민의 흐름과 특징
‘이민자(migrants)’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어떤 목적이든 국경을 넘어서 이주를 목적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따라서 ‘이민정책(migration policy)’이라 하면 일정한 정책적 목적을 위해 이와같은 국제적 인구 이동의 흐름을 통제하는 국가차원의 모든 수단들을 말한다. 국제이민기구(IOM)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적 이민자 수는 1970년 세계 총인구의 2.3%인 8,446만 명에서 2000년 1억 7,323만명(2.8%), 그리고 2020년 2억 8,059만 명(3.6%)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그 중 노동이민자(labor migrants)’는총이민자의 60%인 1억 6,900만 명(2019년)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지역적 분쟁으로 인한 난민(refugees)이 2,640만 명, 망명신청자(asylum seeker) 410만 명 등의 이주자 흐름도 향후 이민정책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유형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적 이주민들의 흐름 속에는 역사적으로 몇 가지 특징적인 ‘회랑(corridors)’을 형성해왔다는 점도 이민정책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예컨데 멕시코(및 필리핀)에서 미국으로의 이주 ‘회랑’이 가장 대표적이다. 다음으로는 시리아에서 터키로, 인도에서 아랍에미레이트로, 폴란드와 터키 등에서 독일로, 그리고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이주하는 ‘회랑’ 등이 그 예이다. 그밖에도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혹은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이주하는 ‘회랑’도 형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이와 같은 ‘국제적인 대표적 회랑’을 타고 경제적 이민자, 난민 및 망명신청자 등이 국경을 넘어 들어가는 도착지 국가들은 대부분 합계출산율이나 생산가능 인구 등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사회적 통합비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어떤 유형의 이민자 ‘회랑’이 과연 어떻게 얼마나 형성될 것인가, 혹은 정말로 필요한 것이가 하는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이민 이슈에 대한 인식과 접근 현황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이와같은 ‘이민 정책’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와 공식・비공식적인 제안 및 칼럼, 그리고 학술적 토론과 연구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보가 봇물 터지듯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는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률 0.78명’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를 보고 사회 각계 각층의 여기저기서 “이래선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이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중심으로 ‘이민 확대’ 및 ‘이민청 신설’ 등을 포함하는 ‘출입국 및 이민관리 체계 개선 추진단’ 등을 발족시켰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이민관련 정책 아젠다를 확보해 나가려고 단계적으로 준비해나가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이민 이슈와 그 대응 방향 등을 놓고 기본적 원칙이나 큰 방향 등에 대한 어떤 합의나 개념적 정의 마저도 거의 없는 불모지 상태에 놓여있다. 예컨대, 2020년 5,170만 명을 정점으로 저출산・고령화 여파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전체인구 내지는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누가보더라도 심각하고 중차대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사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예컨대 감소하는 우리나라 인구를 대체해야 하는 폭을 과연 어디까지 해야할지, 어떤 방법으로 해야할지 등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소 의견이 달라서 객관적 기준을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다이내믹하게 전개될 미래 세계에서 우리나라 적정 인구가 꼭 현재의 정점인 5,100~5,200만 명이라야 하는 근거는 사실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책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법무부가 시행하고 있는 현재의 이민정책은 엄밀한 의미에서 일정기간(90일등) 이상의 외국인 체류자를 대상으로 출입국 관리 개선 혹은 사증의 유형별 체류조건 개선 등을 통해 외국인의 국가간 인구이동의 관리 방법을 조절하는 정책과 제도에 머무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고용허가제’도 같은 범주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국적을 취득한 ‘귀화한 한국인’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통합 정책은 그 방향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여성가족부에서 말하는 ‘다문화 가족정책’은 이미 한국 국적으로 귀화한 사람, 장단기 체류자 등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의 사회통합적 정책에 포인트를 두고 있지만 아직 초보적 단계이다.
이민 이슈의 거대 담론을 위한 몇 가지 제안
이에 필자는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우리나라 이민 관련 인식과 이슈들을 향후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거대 담론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부족하나마 몇 가지 관점의 아젠다로 압축하여 제시해 보았다.
첫째로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인구 감소’라는 ‘위기’의 대체 개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향후 ‘이민정책’의 정책적 대상 집단을 어디까지 설정해야하는지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대표적인 이민정책 추진국가인 독일의 인구는 2022년 기준 8,440만 명이다. 그리고 연간 출생아는 73만 8천 명으로 합계출산율은 1.46명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같은 해 독일내 외국인 국적자(foreign population) 수는 총인구의 15.8%인 1,340만 명이며, 같은 해에 독일 국적을 취득한 이주민 수는 체류 외국인중 1.2%인 168,500명이었다.
그러나 독일에서 이주 배경(migrant background)을 가지고 있는 외국계 인구는 총인구의 28%인 2,38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다시말해 앞서 제시된 합계출산률에는 독일 국민 100명 중 28명의 외국계 국민들의 출산율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이민정책이란 결국 매년의 단순한 순유입 인구(flow) 뿐만 아니라, 국적인으로 귀화하는 저량(stock) 개념까지 포함하여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2019~2020년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로 돌아서고 있는 결정적 근거가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저출산’ 현상으로 광범위하게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과연 이 숫자는 우리 대한민국이 정책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내생변수’인지, 아니면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 혹은 ‘패러미터’인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1970년 4.41명였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고도 성장기간을 거치면서 1980년 2.72명, 2000년 1.60명등으로 급격하게 낮아졌으며, 급기야 2018년부터 1.0명 아래로 떨어져 2022년 현재 0.78명으로 크게 낮아졌다.
사실 독일에서 2000년 대 기간의 외국인체류자 비율은 총인구 대비 8.0%~9.9% 구간에서 정체되었으나, 2010년 대 기간에는 11%에서 14.1%로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재로 2012~2015년 기간부터 취업목적의 단기거주자 수도 2010년 대 이전에는 연간 10만 명 수준 이내였던 것이 2010년 대 이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여 2022에는 연간 35만 명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독일의 합계출산율도 2000년 대 기간에는 1.3명 수준에 머물다가 2010년 대 기간에는 1.4~1.5명 구간으로 높아졌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독일의 합계출산율도 1980년 1.5명 이후 매 10년 마다 0.1명씩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독일도 2000년 이전까지 합계출산율은 해당 정책 시스템이 통제할 수 없었던 외생변수 혹은 패러미터로 봐야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자체적인 광범위한 저출산율 대책이 거의 무색하였다. 이처럼 내생적 혹은 외생적 변수이냐 여부에 따라, 이민정책을 위해 동원해야할 정책 변수들의 조합은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 최근 기후변화등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상황에 대비하여 사회경제 시스템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적정 인구 규모’라고 하면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수준을 설정해야 하느냐는 점이 매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거대한 환경적・생태적・글로벌 경제적 요소들을 고려하여 우리나라의 적정인구 규모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적정 인구 규모는 2019년 5,010만 명에서 이후 계속 감소하여 2050년~2100년 기간에는 4,400만 명, 2125년에는 4,350만 명이 적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재의 추계인구는 합계출산율 저하와 노령화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감소하여 2050년 이후에는 적정인구보다 작아 약 500~600만 명의 격차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물론 이 같은 적정인구의 추산을 위해서는 최근의 전세계적 AI 열풍과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확산되고 있는 기술적, 사회경제적 변화까지도 분석에 고려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넷째, 정작 ‘이민정책’이 앞으로 제대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실재로 국제적 이민자 흐름을 생성시키기 위해서는 출발지(origin)와 도착지(destination) 두 지역간의 인구이동의 ‘회랑’을 안정적・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출발 배후지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까지는 중국인 또는 조선족, 필리핀등 동남아인, 중앙아시아 고려인 등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외동포의 재흡수 방안은 비용과 정책적 용이성에서 매력적이지만, 그 규모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거대한 인구가 밀집해있는 ‘아세안’이라는 출발지역(origin)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가깝고 안정적으로 이민자 ‘회랑’을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배후지라 할 수 있다. 아세안이 경제・외교적 동지일 뿐 아니라, 현실적인 이민집단의 최적 배후지라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달리 만일 북한 지역이 어느 미래시점에 한국 사회경제 시스템에 포함될 경우, 한국의 시스템은 인구 및 노동구조 측면에서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임은 분명하다. 예컨대 통일 이전에 서독 인구의 26% 수준에 불과한 동독 인구는 통일 이전까지 합계출산율이 1.0 이하로 이미 떨어져 있었고 인구가 정체되어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1990년 통일독일로 인구가 합산되면서 전체인구는 8천 만(1990년)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합계출산율은 통일 직후 오히려 일시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이민자수 증가로 다시 인구 규모 및 합계출산율도 증가세로 돌아섰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민정책, 사회적 비용편익 고려하여 추진해야
향후 다이내믹한 한국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서 필자가 조심스럽게 제기한 몇 가지 사항들을 중심으로 이민정책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거대 담론의 장’이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할 것이다. 그리고 난 연후에 이들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사회적 비용과 편익 효과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와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실재로 이민관련 정책의 추진시 그 사회적 비용이란 사실은 적정인구 대비 실재 추계인구 간의 갭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기회비용)의 다른 말과 같다. 그 갭을 출산율 증대, 노령인구의 생산연령 편입 확대, 혹은 기타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여 메꿀 수 있다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구가 증가하면 노동력 보충이라는 공급적 차원의 편익과 함께, 이민자 증대로 다양한 형태의 내수소비 시장이 확대되는 수요 차원의 경제성장 유인 효과 등도 나타날 수도 있다.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이민정책의 온전한 방향 설정을 위해서는 이제 다양하고 본격적인 토론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출처: 디아거스타임스 원본보기